지형의 변화
17세기에 들어와서 지질학자들은 현재 지구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지표면에 있는 암석들을 조사하고, 강물이 산을 깎아 계곡을 만들고 강물이 운반한 물질이 바다에 쌓이는 과정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바다나 호수와 같은 평탄한 곳에 작은 알갱이들이 쌓여 암석들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강물에 의해 먼저 운반된 물질이 아래에 쌓이고 그 다음에 운반된 물질이 그 위에 쌓여 두꺼운 퇴적층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6,000년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의 변화는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랜 시간을 두고 일어납니다. 지구는 이러한 지형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오래 되었습니다. 오늘날 과학적으로 계산한 지구의 나이는 약 46억 년 정도입니다.
강물이 흐르고, 바람이 불고, 두껍게 쌓인 눈과 얼음이 이동하면 지표면은 독특한 모양으로 깎여 나갑니다. 평탄한 지형이 침식을 받으면 작은 골짜기들이 생겨나는데, 이 골짜기는 계속되는 침식 작용으로 점점 깊어집니다. 이로 인해 평평한 부분 대신 높은 산봉우리만 남아 험한 지형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리고 땅 위에 있던 암석은 오랜 세월에 걸쳐 풍화되면서 암석 부스러기나 자갈, 모래, 진흙 등으로 바뀝니다. 이때 만들어진 암석 부스러기와 흙은 강물이나 바람, 빙하에 의해 낮은 곳으로 운반되어 쌓입니다. 이러한 과정이 계속되면 높은 곳은 깎이고 다듬어져 점점 낮아지고 움푹 패인 곳은 메워져 땅의 모습은 다시 편편해집니다. 즉, 지형의 변화는 계속 반복되는 것이지요.
- 흐르는 물은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큰 비가 오면 계곡은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 찹니다. 불어난 물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흐르고, 그 물을 따라 크고 작은 돌들이 휩쓸려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또 강물은 모래와 진흙이 섞이면서 흙탕물이 되어 흐릅니다. 이처럼 자갈과 모래, 진흙 등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작용을 '운반 작용'이라고 합니다. 운반 작용은 주로 흐르는 물에 의해서 이루어집니다.
계곡의 물이나 강물은 흐르면서 바닥이나 기슭을 깎아 냅니다. 흐르는 물과 함께 이동하던 암석 부스러기들은 강바닥이나 기슭과 부딪히면서 이들을 깎아 내기도 하고, 스스로도 부서져 크기가 작아지거나 둥글어집니다. 이와 같이 지표면을 깎는 작용을 '침식 작용'이라고 합니다.
암석 부스러기와 흙은 운반되는 도중에 물의 흐름이 약해진 곳에 가라앉거나 호수와 바다로 흘러 들어가 쌓입니다. 이와 같이 강물에 의해 운반된 물질이 쌓이는 작용을 '퇴적 작용'이라고 합니다. 흐르는 강물은 침식 작용, 운반 작용, 퇴적 작용을 통해 지표면을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화시킵니다.
- 석회 동굴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비가 내리면 빗물은 땅 위에 고여 있거나 개울이나 강으로 흘러 들어가며, 일부는 공기 중으로 증발됩니다. 일부는 땅속으로 스며들기도 합니다. 땅을 이루고 있는 알갱이 사이에는 많은 틈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땅속으로 스며든 물을 '지하수'라고 합니다. 지하수도 강물처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서서히 흐릅니다.
그런데 이 빗물에는 공기 중에 있던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습니다.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면서 흙 속에 있던 이산화탄소가 녹아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 결과 지하수는 이산화탄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 물이 됩니다. 이 지하수가 석회암의 갈라진 틈으로 흐르면 석회암은 조금씩 녹게 됩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석회암에 있던 틈은 점점 넓어져 마침내 커다란 구멍이 됩니다. 이것이 '석회 동굴'입니다.
석회 동굴에 들어가면 땅 위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집니다. 동굴의 천장에는 고드름 모양의 돌(종유석)이 매달려 있고, 동굴 바닥에는 위를 향해 자라듯이 올라온 돌(석순)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굴 천장과 바닥 사이에 이어진 기둥(석주)도 볼 수 있습니다.
석회 동굴이 무너져 내리면 지표면에 움푹 꺼진 곳이 생기는데, 이러한 곳을 '돌리네'라고 합니다. 돌리네가 많은 지형을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영월과 삼척 지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사막의 모래 언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사막은 매우 건조한 지역입니다. 즉, 비가 많이 내리지 않고 햇빛에 의해 증발되는 물의 양이 더 많습니다. 따라서 사막에서는 물이 아닌 바람에 의해 독특한 지형들이 형성됩니다.
사막에 부는 바람은 강물과 같이 모래와 자갈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운반하기도 하고 쌓아 두기도 합니다. 이때 만들어지는 모래 언덕을 '사구'라고 합니다. 사구는 바람을 받는 쪽의 기울기가 완만하고 그 반대쪽은 기울기가 급합니다. 사구는 바람이 부는 쪽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사막의 지형이 바뀌고 길이나 건물이 모래로 뒤덮이는 일도 일어납니다.
바람에 날린 모래가 암석에 부딪히면 암석이 깎이면서 사막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모양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사막에 있는 자갈은 강가에서 볼 수 있는 둥근 자갈과 달리 모서리가 발달해 있습니다. 이렇게 모래에 깎여 3개의 면과 모서리가 생긴 자갈을 '삼릉석'이라고 하는데, 계절의 변화 등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각기 다른 면이 침식되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또 사막에서는 바람에 날린 모래에 침식되어 밑 부분이 잘록해진 바위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바위는 그 모습이 버섯을 닮았다고 하여 '버섯 바위'라고 부릅니다.
- 빙하는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북극 지방과 남극 지방은 1년 내내 눈으로 덮여 있습니다. 북극이나 남극이 아니더라도 높은 산 위에는 1년 내내 눈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킬리만자로 산은 적도와 가깝지만 산의 높이가 약 6,000m나 되기 때문에 산 정상은 늘 흰 눈으로 덮여 있지요. 이러한 곳에 쌓인 눈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아랫부분이 다져져서 두꺼운 얼음 덩어리로 바뀝니다. 이 얼음 덩어리가 낮은 곳으로 천천히 이동하는 것을 '빙하'라고 합니다.
빙하는 이동하면서 계곡의 바닥과 기슭을 깎기도 하고, 그 암석 부스러기를 운반하기도 합니다. 빙하가 운반한 물질은 빙하가 녹는 곳에 쌓이게 됩니다. 결국 극지방과 고산 지대에서는 빙하가 지형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