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화 작용에 대하여
산과 들 그리고 강과 바닷가에 가 보면 어디에서나 돌과 흙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산은 봉우리 전체가 커다란 바위로 되어 있고 계곡에는 크고 작은 바위가 있습니다. 강가에는 자갈과 모래가 있고 바닷가에는 모래와 개펄이 넓게 펼쳐져 있지요. 또 들판에서는 고운 흙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돌과 흙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자연을 만듭니다.
돌과 흙은 먼 옛날부터 생활에 많이 이용되었습니다. 원시 시대에는 날카롭게 깨지는 돌을 이용해서 칼이나 화살촉, 낚싯바늘을 만들었습니다. 또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고려청자나 조선 백자와 같은 아름다운 도자기도 흙을 구워 만들어 낸 걸작품입니다.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과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같은 건축물, 이탈리아의 콜로세움, 우리나라의 석굴암 불상과 같은 아름다운 조각품도 모두 돌로 만든 것입니다.
주위를 살펴보아도 돌과 흙으로 만든 건물이나 생활용품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돌계단, 돌담, 건물의 기둥과 바닥은 단단한 돌을 사용해 만들었고, 화분이나 장독, 벽돌 등은 모두 흙으로 만든 것입니다. 오늘날 첨단 산업에서는 흙을 이용하여 세라믹과 같은 신소재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쓰임새가 다양한 흙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오랜 시간 동안 바위가 부서지고 깎이면서 지금과 같은 흙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흙은 지구의 역사를 증명하는 증인이라고 할 수 있지요.
- 암석이 부서지면 무엇이 되는가
일상생활에서 단단한 것을 빗대어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바위 같다'고 말합니다. 바위는 단단한 만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단단한 바위라고 해서 언제나 그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부서져 암석 조각이 되고 점점 부드러운 흙으로 바뀌지요. 우리나라 역사 유물 중에 커다란 바위에 불상을 조각해 놓은 수많은 마애석불들을 보았을 거예요. 그중에는 모양이 선명하지 않아 알아보기 힘든 것도 있습니다. 또 옛날에 만들어진 비석을 보면 표면에 새겨진 글자가 희미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마애석불이나 비석 모두 만들 때에는 모양이 분명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깎인 것이지요. 이처럼 단단한 바위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 모양이 변합니다.
산비탈이나 절벽 아래를 보면 크고 작은 암석 조각들이 쌓여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 암석들은 커다랗고 단단한 바위가 부서져 생긴 것인데, 오랜 시간이 지나면 암석은 아주 잘게 쪼개져서 고운 흙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도자기의 원료가 되는 고령토라는 흙을 만져 보면 그 입자가 매우 곱고 부드럽습니다. 이렇게 고운 흙도 단단하던 바위와 암석이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조금씩 부서져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와 같이 땅 위에 있는 암석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물이나 바람, 기온, 생물 등의 영향으로 아주 잘게 부서져서 작은 암석 조각이나 모래, 흙으로 변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풍화'라고 합니다. 그리고 풍화를 일으키는 작용을 '풍화 작용'이라고 하지요. 풍화된 암석의 경우 대부분 암석을 구성하고 있는 성분은 변하지 않고 크기만 작아집니다. 하지만 간혹 암석의 구성 성분 자체가 아주 강한 외부의 힘이나 압력, 뜨거운 열에 의해 다른 물질로 바뀌면서 부서지기도 합니다.
- 암석은 어떻게 부서지는가
풍화 작용은 크게 기계적 풍화 작용과 화학적 풍화 작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계적 풍화 작용은 커다란 암석이 작은 조각으로 부서지는 작용을 말하고, 화학적 풍화 작용은 암석을 이루는 알갱이가 화학적으로 변화되어 원래의 성질과는 다른 물질로 변하는 작용을 말합니다.
암석의 표면을 살펴보면 빈틈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암석에는 눈으로 볼 수 없는 많은 틈이 있습니다. 암석 조각을 붉은색 물감이 든 통에 며칠 동안 담가 두었다가 망치로 깨뜨려 보면 암석 안에 붉은색 물감이 스며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암석에 있는 작은 틈으로 물감이 스며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암석에는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큰 틈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틈도 아주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 틈에 물이 스며들어 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물이 든 유리병을 냉동실에 넣고 얼릴 때 일어나는 현상을 떠올려 봅시다. 물은 얼면서 부피가 9% 정도 늘어납니다. 그래서 유리병에 물을 가득 넣은 다음 뚜껑을 덮고 얼리면 병이 깨지지요. 암석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납니다. 암석 틈에 스며든 물이 얼면 부피가 늘어나면서 틈이 벌어집니다. 물론 이와 같은 현상이 한두 번 일어났다고 해서 암석이 깨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암석 틈에 있는 물이 계속해서 얼었다 녹았다 하면 암석의 틈이 점점 벌어지게 되고 결국 잘게 부서집니다.
생물도 암석을 잘게 부수는 역할을 합니다. 산에 올라가면 바위틈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나무가 자라면서 뿌리가 점점 굵어지면 바위틈은 더욱 벌어집니다. 이 때문에 암석이 부서지기도 합니다.
공기 중에는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비가 내리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빗물에 녹아 땅에 떨어집니다. 석회암과 같은 암석은 이러한 빗물에 특히 약해서, 빗물에 녹아 구멍이 생기고 결국 잘게 부서집니다. 도자기를 만들 때 쓰이는 고령토 역시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는 물에 칼륨과 알루미늄이 들어 있는 정장석이 풍화되어 만들어진 흙입니다. 또 철 성분이 많은 암석은 공기 중의 산소에 반응하여 풍화됩니다. 쇠못이 산소와 반응하여 녹스는 것과 같은 원리이지요. 이러한 풍화는 모두 암석의 성분을 변화시키는 화학적 풍화 작용입니다. 바위에 붙어 있는 이끼도 풍화 작용의 원인이 됩니다. 이끼에서는 암석을 녹이는 성분이 나오는데, 이러한 성분 때문에 풍화 작용이 일어나 암석 표면이 쉽게 부서집니다.
각설탕과 가루 설탕을 물이 담긴 컵에 넣고 저어 봅시다. 어느 쪽이 빨리 녹을까요? 가루 설탕이 각설탕보다 물고 맞닿는 표면적이 넓기 때문에 훨씬 빨리 녹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암석 역시 크기가 작을수록 풍화도 훨씬 빠르게 진행됩니다. 그리고 풍화는 공기와 물, 생물 중 어느 한 가지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되어 일어납니다.